900===생활/창작 소설 (AI)

코드의 뿌리 (AI)

블로글러 2025. 3. 22. 17:06

## 1.

국립언어원 지하 3층 서버실에서 김태우 박사의 시체가 발견된 것은 5월 8일 새벽 3시 27분이었다. 컴퓨터 모니터의 푸른빛만이 차갑게 빛나는 어둠 속에서 그의 몸은 키보드에 엎드린 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모니터 화면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떠 있었다.

```
ㄱㄴㄷㄹ ㅁㅂㅅ ㅋㅌㅍㅎ
```

자음만으로 이루어진 그 암호 같은 글자들을 경찰은 해독하지 못했다. 국립언어원장인 나, 이준호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충 짐작은 했지만, 아직 말할 수 없었다. 그것은 '뿌리'에 관한 것이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프로젝트, 디지털 시대에 한국어의 미래를 재정의할 혁신적 시스템에 관한 것이었다.

"원장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형사의 질문에 나는 태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답했다.

"그는... 단순한 연구원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천재였죠."

태우의 죽음은 사고로 처리되었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심장마비. 그게 공식 발표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 2.

그로부터 이틀 후, 나는 강서진을 만났다. 그녀는 내가 가장 신뢰하는 AI 언어학자였고, '뿌리'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태우 씨의 컴퓨터에서 발견된 코드 조각을 분석해봤어요."

서진은 태블릿을 건네주었다. 화면에는 복잡한 알고리즘 다이어그램이 떠 있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어요?"

"프로젝트의 핵심 알고리즘이 유출되었다는 거죠."

서진의 말에 나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5년간의 연구, 한국어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 디지털 시대에 한국어가 다른 언어에 밀리지 않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혁신적인 AI 시스템의 핵심이 새어나갔다는 것이다.

"유출된 데이터가 어디로 갔는지는 알 수 없나요?"

"IP 주소를 추적해봤어요. 밀본테크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밀본테크. 한국 최대 AI 기업. 그리고 그 회장 최민석은 내 대학 시절 은사이자 멘토였다. 한때는 같은 꿈을 꾸던 사람. 이제는 '뿌리' 프로젝트의 가장 큰 적이 된 사람.

## 3.

오후 2시, 국립언어원 내 내 사무실. 최민석이 찾아왔다. 늘 그렇듯 완벽하게 재단된 슈트를 입고, 자신감 넘치는 걸음걸이로.

"준호 군, 오랜만일세."

최민석은 창가로 걸어가 서울의 스카이라인을 바라보았다.

"자네 프로젝트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궁금해서 왔네."

"무슨 말씀이신지..."

"'뿌리'... 아니, PURI 프로젝트 말일세. Preservation & Utilization of Reimagined Intelligence. 멋진 이름이야."

그는 내 프로젝트의 정확한 명칭까지 알고 있었다. 보안이 완전히 뚫린 것이다.

"정부 예산으로 진행하는 연구를 그렇게 비밀리에 진행해도 되는 건가?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옳지 않을까?"

최민석의 말에는 항상 합리성이 있었다. 그가 무서운 이유였다.

"민석 선생님, 이 프로젝트는 완성되기 전에 공개되면 안 됩니다. 상업적 이용이나 오용의 위험이 너무 큽니다."

"자네가 말하는 '오용'이란 게 무엇인가? 기업이 사용하는 것? 이윤을 창출하는 것? 그게 왜 나쁜가?"

"이 기술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합니다. 한글이 그랬던 것처럼요."

최민석은 웃음을 터뜨렸다.

"세종대왕이 된 기분인가 보군. 하지만 자네, 세종대왕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기억하나? 태종 이방원. 왕이 되기 위해 형제들을 죽인 사람이지. 자네 아버지처럼 말이야."

내 아버지. 고위 공직자였던 그는 10년 전 뇌물 수수와 권력 남용으로 수감되었다. 그 스캔들은 내 인생의 오점이자 원동력이 되었다.

"선생님, 이제 그만 돌아가십시오."

"생각해보게, 준호. 우리는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네. 한국어의 발전과 보존. 다만 방법이 다를 뿐이지. 자네는 국가가, 나는 시장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뿐."

그가 떠나고, 나는 사무실 창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40대 중반, 항상 곧게 펴져 있던 어깨가 언제부터인가 구부정해져 있었다. 아버지를 닮지 않으려고, 권력을 남용하지 않으려고 평생을 노력했는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 4.

다음 날 아침, 두 번째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박지영 연구원. '뿌리' 프로젝트의 언어학 전문가였던 그녀는 자택에서 자살한 채 발견되었다. 그녀의 노트북 화면에도 같은 암호 메시지가 남겨져 있었다.

```
ㄱㄴㄷㄹ ㅁㅂㅅ ㅋㅌㅍㅎ
```

나는 서버실에서 서진과 함께 그 코드를 분석했다.

"자음만 남긴 거예요. 이건 훈민정음 제자원리를 응용한 암호 같아요."

"훈민정음이라..."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을 때의 원칙. 천지인의 원리와 소리의 체계를 모방한 글자들. 한국어 AI의 가장 근본적인 뿌리가 되는 체계.

"서진 씨, 이 코드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냈어요?"

"네, 원장님. 이건 경고예요."

서진은 태블릿을 보여주었다. 암호를 해독한 결과였다.

"'그들이 뿌리를 뽑으려 한다'... 이게 태우와 지영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예요."

그때 내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 표시는 없었지만 나는 누구인지 알았다.

"준호 씨, 저 이소율이에요.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정말 중요해요."

이소율. 내가 가르치는 대학원생이자, '뿌리'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던 청년. 그녀를 만나러 가기 전, 서진에게 말했다.

"서버의 보안을 최대한 강화해주세요. 그리고 '뿌리'의 백업 데이터를 준비해두세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할 것 같습니다."

## 5.

소율은 대학 도서관 구석진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의 밝고 활기찬 모습과 달리 창백하고 지친 표정이었다.

"원장님, 제가 이것을 발견했어요."

그녀는 노트북을 열어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뿌리' 프로젝트의 일부 코드가 있었다.

"이게 어떻게 네 손에..."

"대학원 서버를 정리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어요. 누군가 여기에 업로드해둔 것 같아요. 이게 뭔지 궁금해서 분석해봤는데... 이건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한국어 AI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소율아,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지?"

"네, 아직은요. 하지만 왜 이런 혁신적인 기술을 비밀로 해야 하나요? 이건 모두가 알아야 할..."

"위험해. 지금 이 프로젝트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어. 이미 두 명의 연구원이 죽었어."

소율의 눈이 커졌다.

"죽었다고요? 신문에는 사고라고..."

"진실은 그게 아니야.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언어 AI가 아니야. 이건 한국어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기술이야. 한글처럼,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해. 자본과 권력의 도구가 되면 안 돼."

대화 도중, 도서관의 어두운 구석에서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소율의 손을 잡아 일으켰다.

"여기서 나가자. 지금 당장."

## 6.

그날 밤, 국립언어원 서버실이 해킹 공격을 받았다. 다행히 서진의 준비 덕분에 핵심 데이터는 안전했지만, 누군가 필사적으로 '뿌리'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서진은 로그 분석 결과를 보여주었다.

"공격은 문화체육관광부 내부 네트워크에서 시작됐어요."

"내부자라고?"

"네, 그리고 이 공격 패턴은... 박지훈 국장의 부서에서 나온 것으로 보여요."

박지훈. 문체부 디지털문화국장. 내 오랜 라이벌이자, 최민석의 대학 후배.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때 내 전화가 다시 울렸다. 소율이었다.

"원장님, 누가 절 미행하는 것 같아요. 어제부터 계속..."

"지금 어디야?"

"강남역 근처요. 카페에 있는데..."

"움직이지 마. 내가 지금 가겠다."

서진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나는 서둘러 강남으로 향했다. 카페에 도착했을 때, 소율은 없었다. 그녀의 노트북만이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화면에는 또 그 암호가 떠 있었다.

```
ㄱㄴㄷㄹ ㅁㅂㅅ ㅋㅌㅍㅎ
```

그리고 추가된 메시지.

```
ㅈㅊㅋㅌ ㅍㅎ ㄱㄴㄷㄹ
```

나는 즉시 서진에게 전화했다.

"또 암호야. 해독해봐."

잠시 후 서진이 답했다.

"'오늘 밤 밀본테크 지하'... 원장님, 이건 함정일 수도 있어요."

"알아. 하지만 소율이 위험해. 경찰에 신고해."

"경찰이요? 박지훈이 연루되어 있다면, 경찰도 믿을 수 없어요."

"그럼 누구를 믿지?"

전화를 끊고, 나는 카페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울의 밤은 끝없는 디지털 불빛으로 가득했다. 한글 간판들이 네온사인으로 빛나고, 사람들은 각자의 스마트폰에 몰두한 채 걸어갔다. 우리의 언어는 이미 디지털 세계에 깊이 침투해 있었다. 하지만 그 뿌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 7.

밀본테크 본사는 강남의 중심에 위치한 58층 유리 타워였다. 나는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어둠 속에서 발소리가 울렸다.

"원장님."

소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주차된 차 사이에 숨어 있었다.

"소율아, 괜찮아? 누가 널 납치한 거야?"

"납치된 게 아니에요. 제가 여기로 유인한 거예요. 당신을."

그녀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차갑고 단호했다.

"무슨 소리야?"

"최 회장님이 원장님을 만나고 싶어하세요. 저는... 그분을 위해 일하고 있어요."

배신감이 밀려왔다. 소율은 계속했다.

"원장님, '뿌리' 프로젝트는 정말 대단해요. 하지만 그냥 연구실에 묻혀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죠? 최 회장님은 이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어요. 한국어가 세계 언어가 될 수 있게 말이죠."

"그게 아니야, 소율아. 최민석이 원하는 건 독점이야. 통제야. 그는 '뿌리'를 자신의 AI 시스템에 통합해서 시장을 장악하려는 거야. 그럼 언어는 상품이 돼. 한글의 정신은 평등과 보편성이야.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든 이유를 생각해봐."

소율의 눈에 잠시 흔들림이 보였다. 그때, 어둠 속에서 박지훈이 나타났다.

"감동적인 연설이군요, 원장님.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순수한 학문적 가치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그의 뒤로 두 명의 남자가 더 나타났다. 한 명은 총을 들고 있었다.

"김태우와 박지영도 당신이..."

"직접 손을 더럽히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많이 알았죠. 위험했어요. 이제 원장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 갑자기 주차장의 불이 모두 꺼졌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총성이 울렸다.

## 8.

눈을 떴을 때, 나는 병실에 누워 있었다. 서진이 내 옆에 앉아 있었다.

"살아있네요, 다행이에요."

"소율이는? 그리고 박지훈은?"

"소율 씨는 다쳤지만 괜찮아요. 박지훈은 체포됐습니다. 최민석도요."

"어떻게 된 거야?"

"제가 원장님을 미행했어요. 소율 씨가 의심스러워서요. 불이 꺼진 건 제가 한 일이고, 경찰에 미리 연락해뒀어요."

서진은 태블릿을 보여주었다. 뉴스 헤드라인이 떠 있었다.

"문체부 고위 공무원과 AI 기업 회장, 국가 프로젝트 불법 탈취 시도로 체포"

"그리고 이것도 있어요."

서진은 다른 기사를 보여주었다.

"국립언어원장, '뿌리' 프로젝트 공개 선언... '한국어의 디지털 미래, 모두의 것이어야'"

"내가 언제..."

"제가 원장님 이름으로 발표했어요. 이제 돌이킬 수 없어요. 프로젝트를 공개하는 것만이 이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진의 판단이 옳았다. '뿌리'는 비밀로 남아있는 한 위험했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후 곧바로 반포한 것처럼, 이 기술도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했다.

"잘했어요, 서진 씨."

창밖으로 서울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디지털 간판들이 하나둘 꺼지고, 대신 아침 햇살이 도시를 비추기 시작했다. 한국어의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 9.

6개월 후, 국립언어원 대강당.

나는 단상에 서서 청중을 바라보았다. 연구자들, 학생들, 시민들로 가득 찬 강당. 그리고 앞줄에는 소율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잘못을 뉘우치고 프로젝트에 다시 합류했다.

"'뿌리' 프로젝트는 이제 PURI 1.0으로 정식 출시됩니다. 이 오픈소스 AI 시스템은 한국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합니다. 한글이 모든 사람을 위한 문자였던 것처럼, PURI도 모든 사람을 위한 기술이 될 것입니다."

청중 속에서 한 노인이 질문했다.

"디지털 시대에 우리 말과 글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영어와 중국어에 밀리지 않을까요?"

"그것이 바로 PURI의 목적입니다. 우리 언어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 것이죠. 한글은 600년 전 세종대왕의 혁신이었습니다. PURI는 21세기의 혁신이 될 것입니다."

강당을 나서는 길에 서진이 다가왔다.

"원장님, 이게 정말 끝일까요?"

"아니요. 이건 시작이에요."

우리는 함께 국립언어원 앞 광장으로 나왔다. 그곳에는 새로운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다. 디지털 네트워크 형태로 구성된 나무. 그 뿌리에는 한글 자음과 모음이 새겨져 있었고, 가지에는 현대의 디지털 언어 코드들이 빛나고 있었다.

조형물 아래에는 한글로 새겨진 문구가 있었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그 옆에는 또 다른 문구.

"코드의 뿌리가 깊으면, 미래도 흔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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